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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고 간 해외여행, 藥 먹고 돌아다녀서야…

by 워아이니 2008. 2. 19.

7월 말과 8월 초에 이르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전후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H여행사는 6월 초부터 하루에 1만건이 넘는 해외여행 예약이 들어와 쾌재를 올리고 있다.

이제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는 것은 보편적 일상이 됐다.

그러나 낯선 여행지로 떠날 때는 건강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상비약만 한 보따리 가져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해당 지역의 위생상태와 토착 감염성 질환을 파악하고 사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등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장기간 항공여행으로 인한 시차문제나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등을 고려해야 하고 지병 악화에 대한 대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아라

A형 간염은 북미 북·서유럽 대양주 일본 등을 제외한 나라에 널리 퍼져 있다.

간염 바이러스가 섞인 배설물로 오염된 불결한 음료수와 음식을 먹으면 감염될수 있다.

백신이 나와 있으므로 여행 출발 4주 전에 주사를 맞으면 된다. 한국도 A형 간염 감염국이지만 동남아 중국 인도 구소련지역의 만연상태는 우리와 비교할 수조차 없어 주의해야 한다.

뎅기열은 동남아 중남미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모기에 의해 전염된다.

1995년 이후 동남아지역에서 폭발적으로 발생이 늘어났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 중에도 뎅기열에 걸린 이가 상당수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여행지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나 오지여행은 피하는 게 좋다.

아직 효과적인 예방백신이 나오지 않아서 곤충기피제를 써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한다.

황열병은 아프리카 북부와 남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과 중남미 내륙지역에서 발생한다.

일단 걸리면 사망위험이 매우 높다.

현지 도착 10일 전에 예방 백신을 맞아야 안심할 수 있다.

백신의 효과는 100%이며 10년간 지속된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증세가 심각해질 수 있다.

긴 소매 옷,긴 바지가 필수이며 양말을 신고 디에틸톨루아미드 같은 곤충 기피제를 바른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여행지역에 따라 내성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가 선택한 것을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행 도중과 여행 후 4주 이내에 고열 오한 두통 관절염 설사 등이 있으면 말라리아를 의심해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

◆시차 극복은 3일 전부터 준비하라

지구의 동·서쪽으로 장기간 여행을 가면 뇌내 시상하부에 있는 생체시계가 혼동을 일으켜 시차 적응 문제가 생긴다.

생체시계가 적응하는 데는 72시간이 걸리는데 그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여행 첫날 하루가 조금 길어지는 서쪽(유럽) 방향으로 여행하는 게 시차에 적응하기 쉽다.

여행지가 서쪽이면 출발 3일 전부터 1∼2시간 늦게 자고, 반대로 동쪽(미주)일 경우 1∼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면 시차적응에 효과적이다.

해외여행 중 잠이 오지 않으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복용한다.

부작용이 적고 항산화기능이 있다.

수면제는 되도록 피하되 정 필요하면 처방전 없이 살수 있는 항히스타민제 계열 수면유도제를 사용해본다.

◆항공기 내부는 건강에 안 좋은 환경

항공기안은 낮은 기압,희박한 산소,바싹 마른 공기,운동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많다.

기내 기압은 연료를 절약하고 운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낮게 유지된다.

건강한 사람들이 10여시간 견디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노약자나 심장질환,호흡기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견디기 힘들 만큼 산소가 부족하므로 여행 전에 기내에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기내 공기가 건조하므로 피부가 마르고 코속 점막이 딱딱해져 코피가 날 수 있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염증이 생기기 쉽다.

물수건을 펴서 얼굴에 덮고 피부로션을 바르며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는 게 권장된다.

술과 커피 녹차 등 카페인함유 음료는 배뇨와 탈수를 초래해 삼가야 한다.

항공기라는 비좁은 공간은 밀폐공포증,공황발작,광장공포증 같은 정신질환과 하지의 혈액순환이 정체되는 심부정맥혈전증 등을 유발한다.

기압이 낮은 기내에선 개복수술을 받은 사람은 복압,뇌수술을 받은 사람은 뇌압이 상승하므로 여행을 미루는 게 좋다.

도움말=강희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항선 재미의학자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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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1998~2002년 국내서만 27명 사망

비행기 안이나 승용차 안,극장 등 협소한 공간에서 장시간 앉아 있거나 장기간 입원 등으로 움직임이 제약되면 허벅지나 종아리에 있는 심부 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나 '일반석증후군'이라 부른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야기하는 가장 흔하고 위험한 합병증은 폐색전증.혈전이 심부정맥 내벽에서 떨어져나와 폐로 이동해 폐동맥을 차단하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드물지만 사망위험에 빠질수 있다.

다리에서 심장 쪽으로 피를 공급하는 정맥이 하지근육의 운동부족으로 교통체증을 일으켜 혈전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1998∼2002년에 27명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으로 사망했다는 국회 국정감사 보고자료가 나온 바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여행 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출혈 경향이나 위궤양이 없는 경우 혈액응고방지를 위해 아스피린을 한 알 복용하는 것도 좋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의대 안소니 로저스 연구팀은 아스피린은 폐색전증 발병 위험을 43%,심부정맥혈전증 발병 위험을 29%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바 있다.